사랑받고 싶어 먹지 않고
살고 싶어 상처를 냈던
지난날들에 대한 기록
무너지지 않고 이어 온, 그저 삶에 관한 이야기
청소년기 겪었던 우울증과 섭식장애에 대해 고백하는 차열음 에세이 『열네 살 우울이 찾아왔다』가 출간되었다. “열네 살에 우울증과 거식증 진단을 받았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중학생 시절 저자가 성적에 대한 압박, 가족 안에서의 상처, 주변의 가혹한 외모 평가와 또래의 따돌림 등을 겪으며 ‘먹지 않기’를 선택하게 된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청소년기 저자가 경험한 ‘거식’은 단순히 마른 몸에 대한 추구가 아니라 마음의 불안을 통제하기 위한 절박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거식을 통한 통제의 열망이 높아질수록 몸은 쇠약해지며 마음의 불안은 더욱 거세어졌고, 그는 생사의 갈림길까지 내몰려야 했다.
프로아나, 씹뱉, 먹토, 식욕억제제 처방……. 거식증은 마치 하나의 문화처럼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해 있다. 저자가 지적하듯 최근 거식과 폭식을 포함한 섭식장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노인 질환과 식욕 부진의 영향을 받는 70대 이상을 제외하면 거식증 환자의 연령대는 1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46면). 이처럼 청소년기 섭식장애는 이미 심각한 문제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충분히 조명하거나 고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책은 저자가 경험한 일들을 솔직하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놓으며, 그동안 말해지지 않았던 청소년기의 섭식장애와 우울증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식증을 촉발한 일상의 사건들에서 시작해 투병 과정, 정신과에서 받은 치료와 상담, 가족의 노력과 변화 등 생생한 경험담은 김현아 의사의 추천 글처럼 처참한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그의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
출처: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