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원 : 김지현 장편소설
우리의 정원 : 김지현 장편소설
  • 저자 : 김지현 지음
  • 출판사 : 사계절
  • 발행일 : 2022년
  • 청구기호 : 813.7-김78ㅇ
  • ISBN : 9791160949704
  • 자료실명 : [월롱]종합자료실

책소개

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다정한 세계



‘책을 좋아하세요? 돌고래를 좋아하세요? 누군가의 팬인가요?’

무언가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 단순히 그 대상에 대한 관심을 넘어 상대방의 취향을 알고 싶다는 호감, 혹시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더구나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벅차고 설레는 일이다.

그런데 열일곱 살 ‘정원’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상, 아이돌 그룹 ‘에이세븐’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기를 주저한다. 자신에게 전부인 세계를 남이 가볍게 여긴다면, 상처 입을 것이 뻔해서다. 정원이 안심하고 마음을 털어놓는 상대는 화면 속 에이세븐과 SNS로 만난 ‘달이’뿐이다. 그런 달이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정원은 불안함과 상실감에 빠진다.

‘나는 왜 늘 언젠가 깨져 버릴 세계에 마음을 빼앗길까.’

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우리의 정원』은 ‘좋아하는 마음’이 한 사람을 움직이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 정원에게 선뜻 다가와 온기를 주는 친구들, 그에 힘입어 자기만의 세계를 가꾸고, 마침내 다른 사람의 간절한 소망에 귀 기울이는 정원. 그들이 보여 주는 따뜻한 소통과 변화는, 비록 대상은 다르더라도,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존중하고 지지할 때 만들어지는 자유롭고 다정한 세계를 꿈꾸게 한다.



이 작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 모두를 긍정하는 시선, 조심스럽게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인물들의 태도, 따스한 숨결과 감촉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관계에까지 관심을 놓치지 않는다. 좋은 소설이 독자에게 정답을 알려 주기보다는 새롭고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면, 이 작품은 분명한 그러한 장점을 지녔다. -오정희, 김해원, 오세란, 정은(제20회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



마음의 창이 자기 안으로 향해 있는 사람의 관계 맺기



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를 끌어당기는 과정이 너무 의아하고, 또 신기하다. 일만 개의 관계가 있다면, 양쪽을 끌어당긴 일만 개만큼의 연이 있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 (15쪽)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 반 아이들이 서로를 파악하고, 자연스레 무리를 이루는 모습을 지켜보며 정원은 늘 그렇듯 좀 놀랍고, 또 외롭다. 어떻게 자신에게 잘 맞을 사람을 찾고, 자연스레 친해지는 걸까? 관계의 시작점은 ‘취향’일 텐데, 정원은 자신이 ‘에이세븐 덕후’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 자신이 아끼는 대상을 남들이 싫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구멍이 나는 기분이다.

정원에게 가장 안전하고 안락한 공간은 바로 덕질 아이템들로 가득한 자신의 방, 그리고 SNS 친구 ‘달이’와의 대화창이다. 1년 전, 달이가 에이세븐 팬 카페에 ‘에이세븐 1집 앨범 무료 나눔’ 글을 올렸고, 정원이 거기에 댓글을 달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달이가 보내온 택배 상자에는 앨범뿐만 아니라 콘서트 굿즈들, 멤버들이 좋아하는 과자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같은 가수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호의를 베푼 달이에게 정원은 신기함을 느끼고, 점점 더 마음을 기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밤, 언제나처럼 SNS에 접속해 달이와의 대화창을 열었는데 화면에 이런 문구가 나타난다. ‘계정이 존재하지 않음’.

정원의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끝날 수 있는 관계였는데 왜 몰랐을까? 덕질이 끝나면 언제든 멀어질 사이였을까? 달이가 사라지듯 갑자기 에이세븐이 해체해 버리면, 팬은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나의 세계는 왜 이렇게 불안할까.



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많은 미디어에서 ‘아이돌 덕후’는 대개 감정적이거나 맹목적인 캐릭터다. 아이돌을 맹목적으로 찬양하고, 가까이 가기를 꿈꾸는. 그런데 에이세븐을 향한 정원의 마음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정원에게 에이세븐은 가슴을 뛰게 하는 삶의 원동력인 동시에,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멋진 어른’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누구 앞에서나 당당하고 유능한 어른. ‘나도 10년쯤 지나면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눈에 보이는 성공 때문만은 아니다.



밤새 땀 흘리며 연습하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텅 빈 천장을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불안과 꿈을 털어놓고 공유해 왔을 그들만의 단단함, 그게 멤버들을 감싸고 있는 공기였다. 간절한 만큼 치열했을 그 시절을 함께 견뎌 낸 사람들과 회상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팀이 있다는 건, 동료가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70쪽)



정원은 에이세븐에게서 자신이 그토록 바라는 유대감을 보았고, 그 유대감이 진실하고 영원하기를 바란다. 그 바람은 정원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 마음을 틀렸다고,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정원은 이 기대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믿음과 응원의 대가가 상처와 실망이 되어 되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아이돌과 팬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가 다 그렇지 않나?’(97쪽)

『우리의 정원』은 이제껏 미디어가 만들어 온 아이돌 덕후의 납작한 ‘캐릭터’가 아닌,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의 일상과 내면을 보여 준다. 그것은 사람들이 많은 동경의 대상을 추앙하고, 혼자 상상을 부풀렸다 실망하고, 그럼에도 외면하지 못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동경의 대상이 ‘아이돌’이라고 해서 이제껏 그 마음을 너무 가볍게 여겨 온 것은 아닐까?



마음의 온도가 달라져도 흔들리지 않는 것

달이가 사라져 텅 비어 버린 정원의 일상에 세 명의 학교 친구들이 등장한다. 정원이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가는 책들이 모두 에이세븐 멤버가 추천한 책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도서반의 지은, 정원이 손에 든 것이 에이세븐 멤버가 좋아하는 과자임을 한눈에 알아본 9반 반장 여레, 그리고 에이세븐 굿즈를 가방에 달고 있어 정원의 눈길을 끌었던 나현. 덕후는 덕후를 알아보는 법! 세 친구는 정원에게 에이세븐 멤버가 추천한 책을 함께 읽는 ‘목요 독서회’를 제안한다. 어쩌면 이들 중 한 명이 달이는 아닐까? 정원은 목요 독서회에 합류해 세 친구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한다. 함께 책을 읽고, 에이세븐을 포함한 다양한 관심사와 가치관에 대해 대화하며 점점 가까워진다. 독서 취향만큼이나 에이세븐을 좋아하는 마음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수록 정원은 불안함을 느낀다. 좋아하는 마음의 생김새도, 온도도, 그러다 속도까지 달라져서 셋이 더는 같은 마음이 아니게 되면 이 관계도 끝나 버리는 것이 아닐까? 넷 중 한 명이라도 더는 에이세븐을 좋아하지 않게 된다면, 이 추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정원은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애정을 나눠 주는 여레, 좋아하는 것과 이어지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나현, 좋아하는 마음에 소모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는 지은에게서 ‘관계’에 대한 믿음을 배운다. 친구 사이를 이어 주는 것은 ‘마음의 모양과 무게’가 아니라 서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해하고, 영향을 주고받고, 닮아 가려는 마음임을 깨닫는다.



가끔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고, 내 노력과는 상관없이 나의 세상이 다시 한번 깨져 버려도. 나는 깨진 세상 속을 어떻게든 털고 나와 새로운 세계를 또 짓겠지.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내 곁에 오래 있어 줄 사람들, 손을 뻗었을 때 맞닿는 거리에 있을 사람들로 가득 채운 세계를. (168쪽)



모두의 취향과 애정이 오롯이 어우러지는 정원(庭園)으로

정원과 친구들은 타인이 아끼는 대상에 관심을 가지고, 타인의 애정을 평가하거나 재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받아들인다. 정원은 극단적 거식 증세를 가진 친구 혜수를 잘못되었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모니터 너머의 에이세븐에게 가닿고 싶은 자신의 마음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공감할 수는 있다. 다만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 잘 알기에, 정원은 혜수에게 손을 내민다.

아이돌을 좋아해 보기로 마음먹은 소민 언니,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자는 캠페인을 여는 사람들, 길고양이를 돌보는 선생님, 유기견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 주는 책방 사장님…. ‘좋아하고 아끼는 대상’이 생기면 그 마음은 자연스레 삶으로 옮겨진다.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그 사람을, 그의 삶을 말해 준다. 그 사실은 정원에게 ‘나는 어떤 어른이 될까?’ 즐겁게 고민하도록 한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될까. 어른이 된다는 건 나보다 먼저 산 사람들의 뒤를 따라가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어른이 될지는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들로 이루어진다니, 그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니. 그것만큼 다행인 사실이 또 있을까?



『우리의 정원』은 누구의 애정도 함부로 무게를 재거나 단정하지 않는 태도로 청소년을, 모든 존재를 바라본다. 기성세대가 ‘공허한 관계’로 치부하는 온라인 속 관계를 청소년의 엄연한 사생활로 존중하며, 그 관계에서 청소년이 경험하는 단절과 불안을 발견하고 어루만질 수 있다. 그것은 덕후의 세계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절대적인 규칙인, ‘취향 존중’과 맞닿아 있다. 『우리의 정원』이 말하는 ‘좋아하는 마음’은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를 기준으로 사람을 구분하거나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마음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마음들로 가득하지 않은가. 밤새워 노래를 듣고, 뮤지션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고, 텀블러를 챙기고, 갇혀 사는 동물의 삶과 길 위에 선 동물의 죽음을 눈여겨보는 ‘좋아하는 마음의 선순환’은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의 정원』은 모든 취향과 애정이 오롯하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모든 청소년이 마음껏 자기만의 정원을 가꾸어 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진심이 담긴 작품이다.

알라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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