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긴 숨결 : 나무와 기후 변화 그리고 우리
나무의 긴 숨결 : 나무와 기후 변화 그리고 우리
  • 저자 : 페터 볼레벤 지음 ; 이미옥 옮김
  • 출판사 : 에코리브르
  • 발행일 : 2022년
  • 청구기호 : 485.16-볼294ㄴ
  • ISBN : 9788962632378
  • 자료실명 : [월롱]종합자료실

책소개

우리는 나무와 숲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

이 책은 크게 3부, 즉 1부 “나무의 지혜”, 2부 “나무 경영의 무지”, 3부 “미래의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주로 나무가 기후에 대처하는 방식, 숲에서 공동생활의 지혜, 어린 나무에 대한 양육 등을 다룬다. 여기에서는 기후, 특히 가뭄에 대처하는 나무의 모습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전제는 나무가 대처하는 데 무척 느리다는 사실이다. 나무는 건조하고 바짝 마른 여름이 되면 커다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나무가 지속적인 가뭄에 대처하는 첫 번째 행동은 바로 광합성을 중단하는 것이다. 우선 나무는 수천 개의 작은 입, 그러니까 잎 밑부분에 있는 아주 작은 구멍을 닫는다. 이 구멍으로 나무는 숨을 쉬는데, 호흡을 하면 수증기를 상실한다. 수증기는 주변의 온도를 식혀주며, 녹색의 거인도 뜨거운 여름날을 견디기 위해 바로 이와 같은 효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물론 뿌리가 공급할 수분이 더 이상 없다는 신호를 보내면, 잎에 있는 수많은 입이 닫힌다. 하지만 잎이 호흡을 하지 않으면 광합성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이산화탄소의 공급도 멈춰 햇빛의 도움으로 생산하던 포도당도 더 이상 만들지 못한다. 이제 나무는 원래 다가올 겨울을 위해 비축해두었던 저장품을 먹고살아야 한다.
나무가 이렇게 대처해도 가뭄이 지속되면 두 번째 조치를 취한다. 잎사귀 일부를 떼어버리는데, 우선 뿌리에서 가장 멀리 있는 잎사귀를 떨어뜨린다. 바로 나무 꼭대기에 있는 잎이다. 그리하여 8월경에도 나무는 완전히 헐벗게 된다. 물론 이때에도 나무가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나무가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겨울이 오기까지는 최소한의 활동을 통해 그 생명을 유지한다.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정상적인 활동을 재개한다. 물론 나무는 가뭄 스트레스를 겪고 나면 여름의 숲은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고 아주 많은 당분을 생산해내며 다시 균형을 이루게 된다. 얼마나 지혜롭게 행동하는가?

2부에서는 인간이 얼마나 숲에 대해 무지한지를 신랄하게 고발한다. 물론 숲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은 직접적인 것도 간접적인 것도 있다. 길게 봐서 인간의 활동이 축적되어 숲의 황폐화를 가져온 것은 기후 위기나 인구 증가로 인한 경작지를 늘리기 위해 숲을 없애는 행위 등이 있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숲의 경영에 대해서다.

“대량 사육하는 동물처럼 대규모 농장에서 자란 나무는 쉽게 병에 걸리며, 이러한 질병과 자연재해로 인해 항상 대대적인 결손이 생겨난다. 또한 ‘대량으로 나무를 키우는 농장’에서 나온 목재의 품질은 원시림에서 자라는 나무의 품질에 비해 뒤떨어진다. 이런 사실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목재 가공 산업이 굵지 않은 나무와 품질이 떨어지는 목재를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숲에서 목재의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워 나무를 더 이상 제공할 수 없게 되자 이를 기술로 보완하기도 한다. 당신이 통나무에서 나무 한 조각을 얻으려 해도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통나무는 작은 판자들을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이다. 큰 나무통 없이 모든 크기의 건축 목재가 만들어진다.”(110쪽)

위의 글은 세계 전역에서 유행하는 숲을 농장으로 대체하는 데 대한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이는 수십 년 동안 목재를 대량 생산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야생의 숲을 농장으로 전환시킨 이들은 가능하면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심거나 품종을 개량했는데, 이는 오늘날의 육류 생산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니 더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농업은 매년 변경할 수 있는 데 반해, 산림 소유자는 나무의 종류에 따라 짧게는 몇 십 년에서 길게는 몇 백 년 넘게 한 번 내린 결정에 묶여 있어야 한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증폭시키는 기후 변화도 있다. 오늘날에는 미래에 올릴 매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나무가 죽기 전에 필요한 만큼의 나이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 자랄지가 더 중요하다. 이처럼 산림 경영에서는 미래를 예견하기가 무척 어렵다.

3부에서는 미래의 숲에 대해 전망한다. 저자는 특히 기후 변화가 가져온 숲의 위기에 주목하는데, 이로 인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모든 기준을 파괴한다는 사실이다. 즉 과거에는 어떤 나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측정해 문서화한 것들을 기준으로 삼아 그 나무를 가꿔나가면 되었는데, 기후 변화는 그러한 기준과 표준을 하루아침에 쓸모없이 만들어버린다. 기후 위기는 식물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조건을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산림 경영에 대한 모든 계획을 좌절시켜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미리 대비하는 길밖엔 다른 도리가 없다. 미래가 예상치 못한 위험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따라서 위험에 대비해 많은 정보를 축적해야 한다. 우리는 숲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강력하게 조작하거나 이용하지도 말아야 하며, 숲이 저항력을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 날씨가 극단적으로 덥고 건조해지면 언제 어떤 조건이 지배적이 될 수 있다거나, 150년 전에 비해 전 세계의 기온이 2도 혹은 3도 올라갈 것과 같은 지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숲이 스스로 시원하고 습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재 직면한 위험 가운데 가장 큰 위기가 기후 변화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런데 기후 위기는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우리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을 가져서도 안 되고, 자연의 지식을 가볍게 무시해서도 안 된다. 기술적 해결책이 우리를 구해줄 수 있다고 믿는 대신에 오래되었으나 훌륭한 원칙, 즉 주의를 기울이고 사전에 준비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잘 모른다는 사실, 다시 말해 무지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될 수도 있다.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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