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작가의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완결판. 광복 80주년을 맞아 출간되는 『슬픔의 틈새』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주단옥, 야케모토 타마코, 다시 주단옥 그리고 올가 송까지. 이름과 국적이 몇 번이나 바뀐 80년의 세월 동안 숱하게 조국에게 배신당하면서도, 누구보다 간절하게 자기 삶을 개척해나간 ‘주단옥’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펼쳐 보인다. 온몸으로 역사를 끌어안고 살아낸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국가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소설은 1943년 3월, 단옥네가 고향 다래울을 떠나 남사할린(화태)으로 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일본이 조선에 시행한 ‘국가총동원법’의 일환인 줄 모르고,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화태 탄광으로 떠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찾아 먼 길을 떠난 가족들 그리고 고향에 남은 또 다른 식구들까지. 돌아오기 위해 떠난 이날의 여정이 영원한 헤어짐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간신히 도착한 화태에서 아버지와 재회한 것도 잠시, 1944년 본토로의 ‘전환배치’라는 명령 하에 일본은 노무자들을 이중 징용하면서 또다시 가족들과 갈라놓는다. 속수무책으로 가족들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건 비단 소설 속 단옥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93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 당시 사할린 한인 1세대들이 겪은 실제 역사다. [알라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