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새로운 우주를 열어주는 '허블어린이' 시리즈. 독창적인 방식으로 어린이의 세계를 깊이 있고 섬세하게 그려온 윤해연 작가의 첫 SF 장편 동화이다. 윤해연 작가는 <빨간 아이, 봇>에서 모순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 즉 인류가 전멸한 후 정보가 지워진 채로 버려진 로봇들에 대해 다룬다.
청소, 돌봄, 방어 기능에 특화된 몸체 덕분에 자신이 대략 어떤 일을 해왔는지 짐작은 할 수 있어도, 정확히 그 목적은 알 수 없는 로봇들. 로봇들은 ‘나는 무엇을 하던 로봇일까’라는 질문을 가슴에 품은 채 길 위에서 수많은 밤을 보낸다. 그러면서 동료 로봇들과 함께 서로의 텅 빈 곳을 채워간다.
‘우정’이라는 단어를 알지도 못하고, ‘슬픔’과 ‘기쁨’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로봇들에게 ‘로봇들의 연대’라는 말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지만, 분명 빛나고 아름답다. 이렇듯 <빨간 아이, 봇>는 외모도 기능도 완벽하게 다른, 어딘가 불편하고 비워진 존재들이 서로를 완성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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