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성동혁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시 <나 너희 옆집 살아>와 에세이 <함께, 오를 수 있는 만큼>에서 출발한 그림책 《나 너희 옆집 살아》는 태어나면서부터 아픈 몸으로 살아야 했던 시인의 여정과 친구들의 우정, 삶을 담은 그림책이다.
함께 오른 ‘우리들의 정상’
태어나면서부터 희귀 난치 질환을 가진 시인은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았다. 못해 본 활동을 꼽으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등산은 정말 시인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 친구에게 무심코 그 이야기를 했는데 그 친구는 그걸 잊지 않고 있었다. 어른이 되어 의료인이 된 그 친구는 친구들을 모아 성 시인을 설득했다. 혼자서 오르지 못하는 산을 친구들과 함께라면 오를 수 있다고. 누구는 담당 의사에게 허락을 받고, 누구는 산소통을 챙기고, 누구는 성 시인을 업고 갈 알루미늄 지게를 제작했다. 다른 친구는 미리 등산로를 올라 점검을 하고 한 친구는 카메라를 챙겼다. 성 시인과 함께 갈 산은 서울의 아차산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누군가에게는 쉽게 갈 수 있는 동네 뒷산이지만 누구에게는 평생 멀리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산이었다. 한두 달 준비를 마친 친구들은 드디어 성 시인과 함께 산을 올랐다. 비록 친구 등의 알루미늄 지게 위에서이지만 성 시인은 산 위의 공기, 바람, 냄새를 모두 느낄 수 있었던 귀하디 귀한 시간이었다.
산 정상에 오르지도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오를 수 있는 만큼’ 올랐고 그곳이 그들의 정상이었다. 함께 응급실에 가고 보조 침대에서 시인을 돌보던 친구들은 어느덧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시인은 어릴 때만큼 자주 보지 못해도 친구들은 언제나 곁에 있다고 느낀다. 성 시인이 양팔을 쫙 벌렸을 때 손끝에 닿는 존재가 친구이고 ‘옆집’이다. 이제는 시인이 먼저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며 말한다. ‘나 또한 너희 옆집에 산다고.’
<발췌 출저: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