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바다 아래로 잠수부가 도시를 걷는다. 버스는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도로엔 출퇴근 시간인 듯 차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너무나 고요해 보인다. "아빠, 오셨어요?" 밝고 따뜻한 어딘가에서 반려견은 잠수부를 반갑게 맞이한다. "하지만··· 아빠는 나를 못 보는 것 같아요." 아빠와 개는 예전에 다니던 길을 따라 걸으면서 의아해한다.
벽에 에어컨 실외기가 이렇게 많았었나? 도로에 차가 그렇게 많았나? 친구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노란색과 파란색의 장면들이 교차되며 잠수부와 개, 현실과 과거, 몽환적이고 아이러니한 이중적 서사가 펼쳐진다. 인간과 동물의 친밀한 유대, 기후 변화로 물 속에 잠겨버린 도시, 갈 곳 없는 깊은 외로움, 도대체 이 도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