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맡은 일을 처리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여가를 즐기는 등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면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정서적 정체를 겪고 있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선택조차 부담스럽고, 인간관계는 점점 소모적으로 느껴지며, 이전과 달리 일상에서의 즐거움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많은 이가 이를 두고 단순한 감정 기복 정도로 여기거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 생각하며 방치한다.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25년간 약 20만 명의 환자를 진료해온 정신과 전문의 다이라 고겐은 이러한 상태를 ‘반우울’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반우울은 우울감과 우울증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 중간 지대를 뜻한다. 이 상태가 명확한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도, 주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적절한 도움 없이 방치되기 쉽고, 그 결과 삶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반우울》은 이름 붙일 수 없었던 감정들을 언어로 드러내며, 혼자 견뎌왔던 상태를 이해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괜찮은 척 지나쳐온 마음의 공허와 아무 일도 없는데 무너지듯 가라앉는 순간들까지. 이 책은 우리가 외면해온 감정을 직면하게 하여 회복이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분명하게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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