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아는 기자 생활을 통해 목격한 ‘자신이 뱉는 말의 영향력을 숙고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언어를 빼앗고 싶었다는 은밀한 반항을 이 작품집에서 폭발시켰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는 무분별하게 언어를 사용할 때 사회가 어떤 식으로 일그러지는지를 차근차근 짚는다.
언어에 틀에 갇힌 편견이 얼마나 잔인한지, 신념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학살이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지 들춘다. 최이아의 이 은밀한 욕망으로 탄생한 ‘언어가 사라진 세계’는 재앙과도 같다. 사회는 기능하지 않게 되고 인간들은 스스로 고립을 택한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는 언어의 소멸로 인해 언어의 순기능마저 사라진 역설을 부각시키며, 그 자리에 무엇이 들어갈지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