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로 찍어 낸, 시대를 초월해 오래오래 변치 않을 이야기
-‘에즈라 잭 키츠 상’ 수상작 『오래된 트럭 이야기』
사물에는 숱한 사연이 깃든다. 특히나 한 자리를 오래오래 지킨 사물엔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많은 추억이 담긴다. 언젠가 그 사물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그저 행복했던 지난 시절을 떠올릴 수도 있고, 미래를 향한 꿈을 꾸던 자신을 떠올릴 수도 있다. 어쩌면 그림책 『오래된 트럭 이야기』 속의 주인공처럼 둘 다 떠오를 지도 모른다.
보물창고 〈I LOVE 그림책〉 컬렉션으로 펌프리 형제의 판화 그림책 『오래된 트럭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농장에서 성장하는 소녀와 그곳에서 오래 일하는 트럭의 일생을 담은 이 책은 원색과 무채색이 잘 배합된 그림과 간결한 텍스트가 어우러져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판화로 제작한 일러스트는 “시대를 초월한 느낌을 주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의도로 펌프리 형제가 손수 만든 250개의 스탬프로 정교하게 찍어 낸 것이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세월은 쏜살같이 흐르고, 소녀가 꿈꾸고 성장하는 동안, 트럭은 부지런히 일하며 차츰 낡아간다. 오른쪽 페이지 아래쪽에 늘 한자리를 지키는 빨간 트럭은 농장의 역사와 소녀의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결코 변하지 않는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마침내 소녀가 열심히 일하는 어른이 되었을 때, 그리하여 한없이 낡아가던 트럭을 다시 끌어냈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린 시절 꾸었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그 순간으로, 바로 지금 독자들을 초대한다.
▶“부릉부릉- 부르르르르릉-” 꿈같은 상상이 마침내
생생한 현실이 되는, 힘찬 그 소리!
여기 한 트럭이 있다. 트럭은 작은 농장에서 매일매일 분주히 일해 온 트럭이다. 여기 한 소녀가 있다. 엄마 배 속에서부터 트럭과 함께한 소녀는 농장 일을 거들 줄 아는 말괄량이가 될 때까지 매일매일 트럭과 함께 보낸다. 트럭은 소녀의 가족과 함께 지칠 줄 모르고 일하며, 나날이 성장하는 소녀의 꿈과 희망의 일부가 된다.
오래도록 일한 끝에 트럭은 이제 헛간 구석에서 쉬며 차츰 낡아가고 있다. 트럭이 잡초 속에서 녹슬도록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마침내 소녀가 팔을 걷어붙일 때가 되었다. 농장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만큼 성장한 그녀는 지치도록 열심히 일하고, 끈질긴 수리와 복구 과정에서 자신의 충실한 어린 시절 동반자를 되살릴 때가 온 것이다.
“부릉부릉- 부르르르르릉-!” 오래된 트럭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힘차게 기지개를 켜고, 우렁찬 그 소리는 오래된 농장을 뒤흔든다. 꿈같은 상상이 마침내 생생한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여기 오래된 트럭이 있다. 그리고 새 농부가 있다.
출처: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