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보는 인간 세상. 고양이 눈에 비친, 제 3자의 입장으로 과장과 허풍의 거품이 낀 인간 사회의 생태, 심리, 교양주의를 차갑게 바라본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고양이와 함께하는 '코믹일상소설' 정도 될까.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총 11장으로 상, 중, 하 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고양이의 세계가 비교적 많이 등장하는 상 편이 제일 재밌었다. 옆집 고양이 얼룩이의 병문안을 간다거나(결국 만나지는 못했지만), 인력거네 고양이 깜둥이의 허세를 들어준다거나 고양이의 비중이 다른 편보다 많아 귀여워 읽을 맛이 났다. 하지만 주인공 '고양이'(이름 없음)는 자신이 고양이(종)의 습성에서 벗어난 '고양이로서의 진화의 최고단계'에 도달했다며 고양이 세계보다 인간 세계에 더 흥미를 보이며 인간을 관찰한다. 점점 고양이에 대한 서술은 줄어들고, 하 편에서는 고양이의 존재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소세키가 하 편 집필 당시 이미 모델이 된 반려묘가 독에 빠져 죽은 후여 더욱 비중이 적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당시 1900년초 근대 일본의 일상을 잘 다루고 있다. 특히 고양이의 주인 구샤미는 소세키 본인을 투영한 인물로, 지식인의 일상을 우스꽝스럽고 해학적으로 표현한다. 영어를 잘 모르는 아내의 앞에서 영어지식을 뽐낸다든지, 옆집 부인의 코가 못생겼다며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를 들먹이며 흉을 본다든지, 아이들 앞에서 편식을 하는 등 자신은 지식인으로 교양있다 생각하지만 철없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주변 지식인들도 말도 안되는 실없는 농담만 해대는 메이테이, '개구리 안구의 전동 작용에 대한 자외선 영향'이라는 하등 쓸데없는 주제의 논문을 쓰려 유리알만 갈아대는 제자 간게쓰. 이 지식인 공동체는 배움은 많으나 현실 적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속을 조롱하고 경멸하는 철딱서니 없는 모습이다. 여기서 소스케가 본인을 포함한 지식인을 향한 씁쓸함, 허무 등이 느껴진다. 풍자와 해학도 있지만 자기 연민도 보인다.
소설 마지막에는 고양이가 독에 빠져 죽는데, 인간보다 더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끝이 난다. '나는 죽는다. 죽어. 이 태평함을 얻는다. 죽지 않으면 태평함을 얻을 수 없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고맙고도 고마운지고'
600여 페이지가 되는 세미 벽돌 책으로 다 읽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워낙 한 가지 커다란 사건이 없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뿐이라 지루하기도 했지만, 고양이를 보내려니 아쉽기도 하다. 부디 극락왕생하길.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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