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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 임성순 장편소설
2010년 '컨설턴트'로 세계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설명을 보고 신간코너에서 잡은 책이다. 시작 부분이 가톨릭 신부의 이야기로 되어 신자인 나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 했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독서일지를 쓰면서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 지 한참 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국 이야기를 간추리기는 포기하고 내 감정이 격해 졌던 몇 장면을 중심으로 쓰고자 한다.
전체 줄거리는 간단하다. 박현석 신부와 최범준이라는 흉부외과 의사가 중심이다. 박신부는 야심차게 사제 초기 아프리카로 자원하여 선교 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내전 중인 그 가톨릭 국가에서 인종이 다르다고 서로 죽이고 죽는 학살의 현장을 경험하고 박신부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된다.
범준은 아주 훌륭한 흉부외과 의사다. 특히 심장 이식 부문의 전문가이다. 중앙아시아에서 의료 봉사를 하면서 정치와 행정적 논리로 의료봉사는 뒤로 밀리고 역시 처참한 학살의 현장을 목격하고 귀국한다. 의술의 의미에 깊은 회의에 빠져 방황하다 딸의 심장 질환을 치료하지 못하고 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마침내 장기를 적출하여 매매하는 회사의 의사가 된다.
소설은 시작부터 충격을 심하게 가했다. 수시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감히 말 할 수 있다. 장면 장면의 묘사가 어찌나 현장감과 사실감을 강하게 내뿜는지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더한 격한 감정에 휘말리게 했다. 피부를 벗겨내는 장면, 여러 장기를 꺼내며 가격을 정하는 장면, 등등에서 작가의 탁월한 묘사력과 문장 전개 능력에 나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작품을 읽는 동안 그냥 읽어 내리기가 거북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그 느낌을 여기 일지에 다 기록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400쪽이 안되는 소설인데 내가 지금까지 필사한 문장이 가장 많은 작품이다.
오늘 아침까지 같이 성당에서 같이 기도하고 놀던 사람들이 갑자기 오후에 정글칼로 이웃의 목을 자르거나 여자들을 겁탈하고 주저없이 죽여 버린다. 그러고 아무 일도 없는 듯 일상 생활을 한다. 그러나 얼마 후 갑자기 전세가 바뀌면 죽음을 당하던 사람들이 다시 자신들이 당한 것 처럼 다른 민족들을 거침없이 죽여 버리는 장면은 혀를 내두르게 하고 뭐라고 느낌을 정리할 수가 없다.
범준의 딸이 심장질환으로 이식을 꼭 받아야 할 절박한 처지가 됐다. 마침 자살미수로 들어온 환자를 정성껏 치료한 후 검사해보니 딸에게 이식해줄 수 있는 최적의 신체 조건을 가진자다. 그러나 식물인간이기를 기대하다가도 양심상 적극 치료했고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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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산타 뽑기
이 책에서는 툴툴산타가 자신을 대신해서 일해줄 산타를 구하는데 책을 읽다보니 크리스마스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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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동생 뽑기
찬우라는 아이가 미워하는 동생대신 원하는 동생을 차례대로 뽑는데 나는 동생이 없어서 다행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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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 정세랑 장편소설
병원을 중심으로 그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와 인물들을 그려낸 소설이다. 작가의 말처럼 사실은 50명이 아니라 51명 혹은 세는 방식에 따라 52명, 53명도 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편이 방사선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이 책은 더욱 마음 깊이 와닿았다.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병원은 늘 환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공간 이었다. 하지만 남편을 만나고 난 뒤부터는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없는 의료인들의 세계, 그 미지의 영역을 아주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느낌이다. 어설프지만 그들의 고충과 태도를 훔쳐본 느낌이랄까.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우리는 마치 소설 속 주인공 같아" 내 인생, 당신의 인생 그리고 우리 부부의 생활이 마치 사람 냄새 나는 한 편의 소설처럼 느껴졌다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잔잔하게 흐르는 누군가의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런 이야기. 이 책을 읽는 내내 남편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예전에 팔꿈치 뼈가 골절돼 남편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일하는 남편의 모습을 봤다. 때로는 단호한 선생님처럼 때로는 살가운 아들처럼 환자를 대하는 그의 모습에서 정말 멋진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을 보며 나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도 어쩌면 다 얽혀 있는게 아닐까. 겉으로는 스쳐 지나가지만 어딘가에서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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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아질 거야, 행복이 쏟아질 만큼 : 길연우 에세이
평소 SNS에서 공감과 위안이 많이 되었던 길연우 작가님의 글이 한권의 책이 되어 나왔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색으로 빛나고 있어' 첫 번째 부제와 너무나 어울리게 낱장마다 다른 색의 책장이 펼쳐진다. 익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고 기대했던 톤이었기에 몸과 마음을 최대한 릴렉스 하고 한 장 한 장을 느긋하게 음미해본다.
겨울을 겪고 있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알아. 겨울을 지나온 사람에게만 느낄 수 있는 생기를. 숨소리를. 겨울을 지나온 사람만이 머금고 있는 향기가 있어. 힘든 계절을 지나온 사람만이 내뿜는 화사함이 있어. 봄이 내릴 거야. 이 겨울에 맺힌 눈물이 곧 맑은 햇살로 쏟아질거야. 대견할거야. 찬란할 거야. 분명 그럴 거야.
작가의 말
어떤 날씨든, 어떤 기분이든, 어떤 순간이든 그 모든 것이 당신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갈 것입니다. 당신의 계절이 어떤 모습이든 그것은 당신만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시간을 살아가는 당신을, 제 계절 속에서 조용히 응원하겠습니다. 다 좋아질 것입니다. 행복이 쏟아질 만큼.
마지막 작가의 말처럼, 이미 제목에 모든 위안을 다 담고 있는 자기최면 같은 책. 나 자신뿐 아니라 소중한 인연들에게 잔잔히 건네기 좋은 소란스럽지 않은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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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도와주는 북극곰 센터
'시원하게 도와주는 북극곰 센터'의 2편이다. 대단하다. 인기 동화로 속편도 출판하고..
북극으로 간 꽁이는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야생의 북극 생활이 힘이 든다. 그러다 한국에서 인연이 있었던 현준을 만나고 어찌저찌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래서 자신감 없는 사막여우 쌩이를 도와 북극곰 센터를 다시 운영하게 된다.
실수투성이 꽁이지만 진심을 다해 도와주려는 마음을 알게된 쌩이의 감동적인 편지(?)와 함께 꽁이는 북극곰 센터를 계속 해나간다.
'따뜻한 시선과 용기를 품은 사람으로 자라나는데 도움이 될 이야기'라는 광고(?)문구가 딱이다.
1편만큼 흥분되진 않았지만 다시 꽁이를 만나 아주 반가웠고, 역시 가슴이 따뜻해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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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교하도서관에서 민화특강을 들었는데, 거기서 추천한 책 중 하나다.
처음엔 민화가 뭔지 궁금했다. 이 책을 읽고 궁금증도 해결되고 폭넓은 지식도 알게 되어 유익했다.
궁중화, 서인화, 민화가 화가의 신분으로 구분되어진 것이고. 풍속화와 다른 점은 민화는 민중에 의한 회화이고, 풍속화는 민중을 대상으로한 회화라는 점이다. 궁중화의 진채와 서인화의 담채가 섞여 민화의 채색이 이루어지는데 그 이유가 경제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민화의 종류도 범위도 광범위한 것에 놀랐다. 무엇보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는 점이 와 닿았다. 나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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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탄생 = Birth of the Bible : 성경은 어떻게 인류 문명을 지배했는가?
성경의 탄생이라는 책을 통하 크리스챤으로서가 아닌 객관적인 역사적 흐름으로 성경의 탄생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성경이 절대적 말씀이지만, 여러 해석과 역사적 발견에 따라 약간씩은 수정되었구나와 해롯, 로마의 왕들의 따라 탄압과 반목의 흐름이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그 큰 이유는 그리스도 유일신을 믿는 우리들에 대한 타 종교와 미신을 믿는 이들의 불화였는데, 진리를 알고 하나님의 존재를 아는 우리들은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역사적 흐름 속에 예수의 발자취도 좋은 시대적 흐름이었으며, 예수님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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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두 번 : 김멜라 소설
일곱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그 중 다섯번째 단편 에콜의 주인공처럼 나도 가끔은 로봇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주어진 규칙을 지키고 맡은 책임을 다하는 존재. 그렇게 살아간다면 큰 행복은 오지 않더라도 적어도 불행은 피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에게는 정직보다 규칙의 틀을 벗어나는 것, 비대칭적인 상황인들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반적인 인물들과는 조금 다르다. 비일반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쩐지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아직 내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해서인지 그렇게 느껴졌다. 맹인, 남자도 여자도 아닌 존재인 IS, 레즈비언, 방화범, 동물학대범 등 소설 속 인물들은 내게 낯설고 때로는 불편한 입장에 서 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불쾌감과 곤혹스러움이 뒤섞였지만 이상하게도 중간에 책을 덮지 못하고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이 책은 그런 책이었다. 불편하지만 끝내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 내가 눈 돌려버렸던 혹은 애써 외면해온 존재들의 목소리를 마주하게 만드는 책. 그래서 이 불편함은 오히려 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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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사랑한 여자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주인공들에게 내가 왕따 당하는 기분이었다.
대학 동기들의 술자리로 시작해 저들끼리 아는 얘기 하느라 1차로 나를 따돌린다. 여기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소설의 도입은 많은 것을 설명해야 하니까, 정보를 흘리기 바쁜 구간이다. 누가 누구와 결혼했고, 그때 그 시합에서 넌 어쩄고, 그래서 나는 누구를 아직 잊지 못하고. 그런 이야기들이 후루룩 지나가면 나는 따돌려졌지만 귀동냥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짐작한다. 여기서 알아낸 정보는 주인공들 간의 우정이 참 끈끈하구나... 저런 우정은 무슨 우정일까... 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얼마 뒤 그들의 우정이 또 나를 두고 막 달린다. 살인을 고백하는 친구를 숨겨주고, 적극적으로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수사를 방해하는 일들이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데 인물들을 보면 친구를 위해서 이 정도는 감수할만하다, 라는 인식을 내비치는 게 아닌가! 나의 우정은 이들의 우정과 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 난 친구가 살인을 고백했다면 당장에 자수하고 광명 찾으라고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안타까운 비밀과 숨겨진 이야기가 뒤에서 풀리지만 그건 그거고, 범죄 가담은 범죄 가담이고.
게이고의 책은 그동안 정통 추리에 가까웠다고 생각하는데 -자가 복제의 느낌이 있지만- 이 책은 그동안의 책들과 결이 많이 달랐다. 얽히고설킨 문제를 풀어나가는 재미보다는 '성별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더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어떤 소재를 집중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게이고에의 책에서는 퍽 낯선 일이다. 700페이지를 우직하게 여성과 남성이란 대체 무엇인가, 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성, 중성, 트랜스젠더, 여성, 남성,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게이고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싶다면 읽어볼만 하지만 저들끼리 눈물나는 우정을 나누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그냥 인문학 책을 읽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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