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어 사전 : 우리가 간직한 157개의 여름 단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작성한 '여름'에 대한 이야기.
시인들에게 계절이란 훌륭한 피사체이다. 그 중 여름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가 느끼는 현실의 여름과 환상 속 여름이 그 어느 계절보다 차이가 나서이지 않을까
꿉꿉하고 땀나는 여름, 그럼에도 이상하게 미화가 되는 계절이니까.
뜨거운 태양, 어쩐지 청량한 바람, 두고 온 기억들과 추억들.
그 많은 것을 두고 온 계절에 대한 짧은 에세이들이 모여있는 책이다.
펼쳐보기
-
처음부터 그런 건 없습니다, 당연할 수 없는 우리들의 페미니즘
여성 인권에 대한 두 여성의 에세이
2017년에 나온 책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의 적나라한 현실과 세련된 생각들이 담긴 도서였다.
가장 씁쓸했던 것은 2026년인 오늘에 읽어도 그닥 달라진 현실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심각한 사건들이 매번 터진다는 것이 가장 속상한 사실.
여성 인권 뿐 아니라 젠더론에 대한 파트도 있어서 관심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좋은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펼쳐보기
-
아몬드 : 손원평 장편소설
감정 표현 불능증을 겪고 있는 소년 윤재가 죽음과 상실을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행동이나 표정 이면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세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소년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알고 '정상'과 '평범'이라는 기준을 어머니께 배운다. 세상을 늘 어머니를 통해 이해하던 소년은 무차별 칼부림 사건으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잃는다. 그렇게 헤매던 소년은 세상을 더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동급생 '곤'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예민하고 폭력적인 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와 감정이 너무 격렬한 곤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겉으로는 문제아처럼 보이지만 곤 역시 상처받은 아이일 뿐이다. 그런 곤이 조금씩 마음을 열며 윤재에게 감정을 알려주려 한다. 윤재가 곤을 통해 분노와 외로움 같은 감정을 이해해 가는 모습이 와닿았다.
집단적 분위기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평범함'과 '정상'을 특히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식인으로 등장하는, 소위 '정상'이라 말하는 인물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아들인 곤에게 손찌검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보며 평범이란 무엇인지, 어떤 기준으로 정상을 규정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뿐인데 우리는 너무 쉽게 누군가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힘든 사건들이 이어지는 이야기였지만 마지막 어머니가 깨어나 윤재와 포옹하며 우는 장면에서 작은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감정은 혼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펼쳐보기
-
나의 신 : 아시자와 요 연작 단편소설
학교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며 '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즈타니와 함께 고민을 해결해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미즈타니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른다. 그러다 동급생 가와카미의 고민인 '아버지가 파친코 게임장에 가지 못하게 하고 싶다'는 말을 듣게 되고, 고민 해결 중 가와카미가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신'이라 불리는 미즈타니가 말한다. "죽여도 돼" 그 말을 듣고 주인공은 혼란과 공포를 느낀다. 순수한 소년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아동학대와 같은 현실적인 사회문제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미즈타니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똑똑한 친구로 보이지만, 사실 그 역시 초등학교 5학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그를 신처럼 믿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모순점을 발견하고도 '신의 말은 옳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합리화 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 미즈타니에게 붙은 '신'이라는 별명은 단순히 문제를 잘 해결한다는 의미를 넘어,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존재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를 무조건적으로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읽다 보니 소년에게 미즈타니는 단순한 친구라기보다 자신이 의지하고 싶은 이상적인 존재처럼 느껴졌다. 이런 모습이 어쩐지 '데미안'에서 주인공에게 영향을 주는 데미안의 존재를 떠올리게 만든다. 미즈타니 역시 주인공의 성장을 자극하는 인물처럼 보였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누군가의 수수께끼를 해결해 준다는 것은 단순히 문제를 푸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에 관여하고 그 결과까지 책임지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주인공은 미즈타니를 맹신하며 '신'처럼 여겼던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은 다른 사람의 선택과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조언하거나 선택을 돕는 일은 생각보다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작은 '신'같은 존재가 아닐까.
펼쳐보기
-
아사토호 : 모두가 사라진다
주인공 나쓰히의 동생, 교수, 친구 등 주변 인물들이 실종되거나 죽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실종 사건을 추적 하던 중 오래전 사라진 고전 '아사토호'가 사건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주인공은 그 정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겐지 이야기'와 같은 일본 고전 문학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중간 중간 다양한 고전 문학이 등장하지만, 그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해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문화적 공감이 형성되지 않아 몰입이 덜해 아쉬웠다.
이야기 초반에는 어린 시절 쌍둥이 여동생 아오바가 실종되고, 이후 장면이 전환되어 대학생이 된 뒤 전임 교수가 실종이 되고, 친구가 갑작스레 죽는 사건이 이어진다. 연달아 터지는 실종과 죽음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겨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조금씩 드러나는 단서를 통해 아사토호의 정체를 추적하는 과정은 재미있었다. 특히 기록과 기억이 사라지거나 왜곡된다는 설정이 인상 깊다. 다만 결말은 매우 모호하게 느껴졌다. 이사토호는 단순히 책으로도, 이야기로도, 정체불명의 생물로도 표현된다. 명확히 밝혀진 것도 없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한 편으로는 결론이 흐릿하다는 인상도 강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주인공의 실체였다. 주인공 역시 정체가 모호한 존재로, 실종된 여동생 아오바일 수 도 있고, 아사토호라는 텍스트가 자아를 얻은 존재일 수 있다는 암시가 등장한다. 주인공을 아사토호의 화신 같은 존재로 표현하는데, 실종된 교수가 초반에 "그러니까 넌 이야기가 되고 싶은 거구나."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장면이 큰 복선이었다는 것을 마지막에 깨닫고 소름이 끼쳤다.
추리 과정 자체는 재미있었으나, 결론이 모호해 책을 덮은 뒤에도 여러 해석을 떠올리게 만드는 묘한 작품이었다. 이야기의 정체를 끝내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방식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가 사람과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펼쳐보기
-
수레바퀴 앞에서 : 백금남 장편소설. 2:, 불 속에서 피는 꽃
정순이 출가하여 소연라는 법명을 얻는다. 부잣집 아들 형만은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방학이며 고향에 와서 정어를 찾는다. 그러나 정어는 사회주의에 심취하여 비극의 씨앗은 점점 더 커간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부유한 지주들의 횡포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파고든 평등하고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실현하자는 사회주의사상 확산이 여러면에서 비극을 만든 사건이 많았다. 이런 점은 다른 많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여기서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열등의식에 젖은 정어의 상태가 그러했다. 6.25가 발발했고 잠깐 북한군의 간부로 내려온 정어와 우리 국군의 장교가 된 형만의 기막힌 대립이 또 비극을 일으켰다.
이런 식의 얽히고 설키는 비극적인 운명이 결국 형만을 가슴아픈 기억을 안고 미국으로 가게 만들었다. 자식을 끝까지 키우지 못하고 이사현에게 맞기고 마약에 쩔어 죽음을 맞는다. 수인의 어머니 정순이 출가하자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수인을 미국으로 입양 보냈다. 그 들 둘에게 각각 금파반지가 주어져 있었다.
1권에서 시작된 두 집안의 가계도가 대단히 복잡하여 기억해내기가 어려웠다. 종이에 가계도를 그려 가면서 읽어도 쉽게 파악되지 않을 정도였다. 어쨋거나 리영과 수인은 불구대천의 원수 집안 자식이며 그들이 또 저주받은 운명처럼 미국이란 넓은 땅에서 만나 동거하게 되었으니 정말 가혹한 악연의 고리이다. 리영과 수인은 괴로워하고 죽음까지도 생각 할 만큼 견디기 힘든 번민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나는 참 안타까웠다. 제발 결말이 너무 비극적이지 않기를 속으로 빌었다. 그런데 그런 기미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수인의 말이다. "과거로부터 받은 상처 치료하고 일어서는게 진정한 사랑이다." " 더 나은 세계로 가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것이라면 과거를 비판하고 재단하려 해서는 안된다" 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리영부부가 고국을 방문하는 것에서 화해를 확신하게 되었다. 세상사에 과거에 집착해서 그 실패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무슨일인들 온전 할 수 있겠는가?
등각스님(안도은)의 설법을 듣는 리영부부와 안성댁의 자상한 배려로 부부는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마지막 등각 스님의 소신공양이 밝은 빛이 되어 리영부부는 먼저간 원혼들의 원을 자신들이 풀기로 하여 화해의 길로 간다.
등각스님의 법문과 소신공양이 작품의 최고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몇년전 읽은 백작가의 십우도 와는 또 다른 작품세계를 경험했다.
펼쳐보기
-
약 대신 주스 (독한 약은 버리세요! 한의사가 다시 쓰는 생존 주스 레시피)
면역력, 눈 건강, 기억력, 고혈압, 피부미인, 노화, 뱃살빼기, 만성피로, 부종, 탈모, 수족냉증, 두통, 아토피 피부염, 변비, 금연이라는 15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주스 만드는 법만 소개되어 있는 요리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병이 생기는 원리와 관리법, 약재의 효능 등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의학서적에 더 가까웠다.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도 첨부되어 있고, 혈자리 마사지법도 기술되어 있어 계속해서 곁에 두고 읽기 좋을 듯 하다.
한의학에서 기억과 연관된 가장 중요한 장부를 '심장'으로 본다고 한다. 기항지부에 속하는 '뇌'가 아닌 심장으로 봤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울증을 앓으면 기억력이 떨어지는데, 옛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면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면역 반응을 활성화 시킨다. 면역계가 불필요하게 작동되는 탓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로감이 더 심해진다고 한다.
일상 생활 속에서 건강을 챙기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펼쳐보기
-
서른이 되기까지
서정시가 주를 이루고 있고 자연, 그 중에서도 비생물(흙, 바람) 소재의 시가 많이 등장하는 시집이었다. 한 줄 한 줄이 고민해보기 좋은 시들이었다는 것이 좋았다. 시어와 표현법을 음미하고 곱씹으며 읽는 것이 시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를 읽으며 이 시인은 여성적 어조도 남성적 어조도 모두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 10행 이상의 시들이었다. 개중에는 짧음에도 큰 공감을 준 시도 있었다. 시인은 도서관을 한없이 조용하지만 한없이 치열한 역설의 공간이라 표현하고 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도서관을 들락날락 하면서 이곳이 역설의 공간이라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마지막으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마음을 울렸던 시 구절을 남기며 독서 기록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 전날의 후회는 부질없는 일이고 / 지금부터의 일들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으니 / 당신과 함께하는 / 지금의 시간은 대체 어디쯤인가
펼쳐보기
-
돈이란 무엇인가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에 열광하는 당신이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첫번째 질문)
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돈 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나이, 성별, 직업과 상관없이 알고 있어야하는 부분인 것 같다. 경제는 사회 과목에 분류되어 있어 이과계열로 진학했던 나는 경제에 대해 엄청난 문외한이다. 역사는 사회 과목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공통으로 가르쳤던 것처럼 경제도 모든 학생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은 경제학에서 바이러스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생물의 조건에 모두 부합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생물도 아닌 존재. 비트코인도 엄밀히 말하면 화폐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화폐의 기능 중 일부를 수행하지 못하면서도 교환의 매개체가 된다는 점 때문에 위치가 굉장히 애매하다.
돈과 관련된 명칭의 유래, 돈의 발전 과정, 돈이 일으키는 심리 효과까지 정말 돈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이었다. 경제적 지식이 부족하여 다소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펼쳐보기
-
고양이는 알고 있다
애드가와 란포상 수상작으로 고전추리소설의 정수와도 같은 작품이다. 1940~50년도 일본의 전쟁직후의 시대상으로 방공호가 등장하고 개인 병원건물에서 하숙도 하는 등 옛모습이 많이 어색하기도하고 범행트릭또한 과학수사로 쉽게 드러나는 부분도 현시대상과는 맞지않는다. 그러나 남매의 추리과정과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는 분명하다. 옛 고전영화를 본다는 기분으로 편하게 볼 수있다.
펼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