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오거라. 질문은 일절 하지 말고." 한밤중의 창덕궁, 의녀 현은 불안한 마음으로 의원의 뒤를 따라간다. 한참을 걸어 그가 당도한 곳은 커다란 전각. 현판에 "저승전"이라고 쓰인 그곳은 사도세자의 처소였다. 세자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여러 겹의 문을 통과해 다다른 궁의 깊은 곳엔 한 남자가 이부자리에 누워 있다. "말해보게. 저하의 문제가 무엇인가? 종일 힘을 못 쓰고 피곤해하신다네." 세자빈의 음성에 왕족을 치료한다는 두려움으로 질끈 감았던 눈을 뜬 현은 충격에 휩싸인 채 얼어붙는다.
출처: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