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지지 않아요
친구를 만지지 않아요
  • 저자 : 육월식 지음 ; 육월식 그림
  • 출판사 : 비룡소
  • 발행일 : 2021년
  • 청구기호 : 그 813.8-육66ㅊ
  • ISBN : 9788949102559
  • 자료실명 : [월롱]어린이자료실

책소개

출판사 서평

■ 『친구를 만지지 않아요』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심사평

『친구를 만지지 않아요』는 마스크를 쓴 선인장 아이라는 흥미로운 주인공, 이야기의 탄탄한 구성과 차분한 그림, 글 없이 많은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그림 속 성실한 디테일이 마음을 끌었다. 태어나자마자 투명 가림막으로 격리된 공간에서 자라고, 내내 마스크를 쓰고 지내며 학교에서도 ‘친구를 만지지 않아요.’라는 규율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시절을 기억하는 그림책, 시절을 뛰어넘어 오래 남는 그림책으로 잘 정리되기를 기대한다. - 이수지(그림책 작가)

글 없는 그림책인 『친구를 만지지 않아요』는 아무도 만질 수 없는, 만져서는 안 되는 이 이상한 시기를 이야기한다. 공들여 잘 만든 프레임들 속에 배치된 부드러운 흑백의 수묵 채색의 면 속 뾰족한 선인장 주인공들의 가시에 감정이 이입된다. 그러나 책은 그들의 마음을 잇는 꼬리 달린 초록빛 벌새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완결된다. 그림책은 시대의 서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가의 꿋꿋한 의지와 완성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이지원(그림책 기획자,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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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쓰는 마스크, 칸막이가 쳐진 책상··· 나와 꼭 닮은 선인장 친구들 이야기
『친구를 만지지 않아요』는 마스크를 쓰고, 서로 1미터 이상의 거리를 둬야 하는 등 팬데믹 상황의 우리와 가시가 있어 만질 수 없는 선인장이 닮았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그림책이다.
어느 날, 길쭉이 선인장네 학교에 동글이 선인장이 전학을 온다. 동글이는 몸속에 새가 둥지를 짓고 사는 특별한 선인장이다. 길쭉이는 동글이의 초록 새가 궁금해 친구를 향해 손을 뻗고 만다. 책 전반에서 행동이 조심스럽고 세심한 아이로 그려지는 길쭉이가 자기도 모르게 새로운 친구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하지만 두 친구는 각자의 당연한 마음을 알아차리거나 서로에게 표현하기도 전에 선생님에게 혼이 난다. 나란히 반성문을 쓴 뒤, 동글이는 길쭉이를 기다린다. 그리고 하굣길에 이젠 누구도 뛰놀지 않는 놀이터를 발견한 두 아이는 미끄럼틀도 타고 모래놀이도 하며 신나게 논다. 바깥세상의 규칙이나 설정으로부터 예외적인 이 공간에서 길쭉이는 그네를 탄 동글이의 등을 살며시 손으로 밀어 주는데, 이때 무채색이었던 세상이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다.
두 친구가 마음을 나누는 장소로 안내하는 ‘새’는 줄곧 곁을 날아다니며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이끈다. 함께 나누어 먹을 과자를 챙겨 친구를 만나러 달려가는,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하루에 동글이와 길쭉이 뒤로 커다란 초록빛 수풀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알록달록한 새들은 마치 동글이와 길쭉이처럼 우리도 껍질 안쪽의 진짜 마음을 발견하고, 서로의 색으로 물들 수 있을 거라는 응원의 메시지로 읽힌다. 육월식 작가는 “사람과 동물, 식물 그리고 소리의 파동이나 볼에 와 닿는 햇빛까지 세상의 모든 것은 부딪힘과 접촉으로 생겨난다. 경계를 넘고 서로를 알아 가는 사귐의 시작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상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나와 친구의 마음속 새는 어떤 색인지, 마스크를 쓰는 기분은 어떤지 또 마스크 뒤로 보이지 않는 선인장 친구들의 표정을 짐작해 보는 일은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친구를 만지지 않아요』는 단순히 한 시절을 그려 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각자가 팬데믹 상황 속에서 경험한 감정들을 돌아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이 시절을 지나고 있는 모두의 삶을 위로하는 힘을 가진 사려 깊은 그림책이다.

■ 무채색 세상을 색으로 가득 물들이는 서로의 온기
『친구를 만지지 않아요』는 글 없는 그림책인 만큼 이야기의 흐름을 그림에 디테일하게 녹여냈다. 먼저, 장면의 구성이 눈에 띈다. 과거와 현재의 종이 색상을 달리해 시간의 흐름을 보여 준다. 또 한 페이지에서도 프레임을 여러 개로 나누어 보다 짧은 순간의 동작을 포착해 주인공들의 행동에 몰입하게 하다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는 장면에서는 그림을 양 펼침면에 꽉 채워 무게를 더해 주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흑백의 수묵화로 그려진 그림은 ‘색의 변화’를 주된 상징으로 삼았다. 동글이 선인장 몸속의 초록 새를 주 색깔로 내세워, 접촉이 일어나는 순간에만 색을 가미하여 장면을 극대화한다. 줄곧 무채색이었던 풍경이 동글이와 길쭉이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순간에는 밝은 초록빛으로 꽉 채워져 마음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글 없는 그림책’이라는 포맷은 설정과도 어우러진다. 글 대신 그림이 주는 느낌과 상상이 끝이 없는 것처럼, 마스크를 쓴 기묘한 시절의 우리 역시 마음을 나누는 방식이 무한하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또 실제로 새가 몸에 둥지를 짓고 사는 선인장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차용해 이야기를 발전시킨 만큼 모두 다른 선인장의 모양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화상처럼 교실 뒤 한편에 놓여 있는 선인장 화분이나 공기청정기, 손 소독제 등 곳곳에 묻어 있는 상징을 발견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끝없이 확장시킬 수 있는 그림책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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