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수평 대지, 긴장감을 유발하는 경사 판, 하늘 높이 오르는 고층 빌딩, 완전과 절대를 추구하는 구와 정육면체, 사람과 사회를 감싸안는 원과 타원, 꿈틀대는 생명 같은 비정형… 이들은 인류의 건축과 공간 문화에서 무수히 반복하여 나타난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건축가이자 작가인 저자는 세계 곳곳의 문화권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형태를 추적했다. 자연현상과 종교, 현지 문화, 그로부터 영향받은 건축과 미술작품까지. 탐구의 범주는 시공간과 분야를 넘나든다. 10년간의 답사와 치열한 연구, 상상과 연결 끝에 그는 자연현상으로부터 시작된 열 가지 원형의 단서를 찾았다. 그리고 ‘빛나는 형태’라 이름 붙였다.
장대한 형태 문명 기행은 개인적인 감상은 최대한 배제된 채, 간결하면서도 미려한 문장으로 정리돼 있다. 580여 장의 도판은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책의 차례 역시 촘촘하게 짜여 있다. 각 장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30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아울러 14개의 세부 꼭지로 엮여 있다. 이러한 조밀한 구성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여러 형태가 인류의 정신문화에 스며드는 과정은 물론, 건축·미술·음악·디자인 등의 분야와 상호 연결되는 흐름을 명확히 그려낸다.
책은 고대인들이 자연현상으로부터 받은 영감이 동서고금의 형태 문명으로 꽃 피우는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낸다. 독자들은 세계 각지로 문명 기행을 떠난다. 강화도의 고인돌,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는 고대인이 웅장한 거대 구조물에 품었을 마음가짐을, 잭슨 폴록과 윌리엄 터너의 미술작품에서는 우주의 ‘기운생동’하는 에너지를 읽는다. 한 마디로, 이 책은 고대 건축물부터 현대 예술작품을 아우르는 인문 기행서이자 시간여행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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