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져 있다는 것은 때때로 우리의 고민을 덜어준다. 점심 메뉴가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 골치 아픈 정오의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미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국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특히 인구 문제 말이다. 저자 조영태 교수의 전작 <정해진 미래>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구 감소 문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사실 그 어떤 노력이 있어도 인구 증가는 불가능해 보인다. 인구 감소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래서 정해진 미래다.
어쩌면 정해져 있어서 다행인지 모른다. 우리는 어떤 문제가 나올지 고민하는 시간을 덜었다. 주어진 문제를 풀기만 하면 된다. 언제까지 한탄만 하고 있을 순 없다. 그런데 대학이 사라지고 헬스케어가 부흥하며 유아동 산업은 지고 실버 산업이 뜬다, 이 정도는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책은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구 감소 시대의 소비 트렌드를 폭넓게 검토한다. 인생과 비즈니스의 성패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데 달려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다시 한 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