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문화의 날>은 도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매달 마지막 주에 양한 문화혜택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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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연계행사] 소설낭독클럽 X 나푸름 작가와의 만남
도서관 상주작가와 함께 진행하는 월간소설가 연계행사 '소설낭독클럽'
일시 | 2021. 8. 27.(금) 오전 10시~12시
장소 | (오프라인) 2층 문화강연실 / (온라인) 네이버밴드 '온라이브러리'
대상 | 파주시민 누구나, (오프라인) 성인 15명
내용 | 나푸름 작가의 첫 소설집 『아직 살아 있습니다』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작가가 직접 낭독하는 소설 속 문장을 감상하는 시간
신청 | 8. 1.(일) ~ 교하도서관 홈페이지, 전화, 방문
본 강연은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를 위해 현장참여는 15명까지 제한하며,
네이버밴드 '온라이브러리'에서 온라인 라이브 강연으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참여를 희망하시는 경우 상단 링크를 통해 접수해주세요!
[초청작가 작품소개]
출처 : 출판사 책소개(알라딘)
“숨 막히게 진짜 같다가 다음 순간 완전히 낯설어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푸름이라는 이름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_이다혜 (《씨네21》 기자, 작가)
일상이라는 거대한 연극 무대 위에서
예정된 삶의 바깥으로 걸음을 이끄는 놀라운 소설
201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일상의 표면 아래서 자라나는 불안한 심리를 색다른 시선으로 그려내 온 나푸름의 첫 소설집 『아직 살아 있습니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매일같이 시스템에 접속해 반복적인 일을 수행하는 직장인, 필요한 변화를 거부한 채 매너리즘의 정점을 향하는 부부와 연인 등을 통해 우리가 회피해 온 상처와 갈증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삶을 안팎으로 직시하게 만든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의 마음속을 들추며 숨어 있던 불안의 원인을 끄집어내지만 불편하기보다 오히려 흥미롭고 기묘하다.
“『아직 살아 있습니다』가 전하려는 이야기는 특별한 인간의 모험담이 아니라, 떠나지 않는 자들의 이야기”(이지은 평론가)다. 회사의 실리콘 몸체에 접속한 나와 집에 두고 온 육체의 내가 같은 존재인지 혼란스러운 ‘나’부터 의뢰인을 대신해 여행하고 기억을 팔면서 정작 자신의 기억은 갖지 못한 ‘너’, 흔들리는 어금니를 두고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 부부 등 현실과 판타지가 결합된 아이러니가 일상의 교착 너머 다른 선택지로 우리를 안내한다.
“기회가 온 것이라고 했다.
나 또한 어쩌면 달라질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나푸름 소설은 현실적 제약에 쳇바퀴 도는 일상을 도발해 다른 각도에서 비춰보려는 시도에서 시작된다. 소설의 인물들이 살아가는 자리는 반복적인 우리의 하루하루와 닮았다. 무엇보다도 직업과 생활, 관계 들을 지속해 나가려는 인물들의 분투는 처절하리만치 실감난다. 죽었는데도 직장에 나오려 애쓰고(「아직 살아 있습니다」), 사고로 잘린 손이 돌아와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어딘지 처량하고 섬뜩한 모습(「윌슨과 그의 떠다니는 손」)마저도 일상의 평균을 유지하려는 우리의 욕망을 비추며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표제작 「아직 살아 있습니다」에서 ‘나’는 주말에 장례를 치룬 동료 박 대리가 시스템 오류로 실리콘 더미(dummy)에서 로그아웃되지 못한 채 월요일에 출근해 있는 것을 보고 기괴함을 느끼는 한편, 그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묘한 기분을 느낀다. 어금니가 흔들리면서 시작된 부부의 다툼이 대화를 겉돌며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틈」과 아내의 비밀을 수십 년 동안 부정하고 끝내 기억에서 지워냄으로써 매일 아내에게 밥상을 받는 남편의 반전을 담은 「로드킬」은 문제와 인물 사이를 가로막는 고착된 패턴을 그린다.
나푸름 소설의 주요 인물들은 일상을 쉽사리 떠나지 못한다. 일상을 잊은 채 밤거리를 배회하는 치매 노인만이 세상을 방랑하는 여행자로 비춰지는 「중국인 부부」 역시 질서에 순응해 살아가려 고군분투하는 이민자 세대를 그린다. 결단이 필요한 순간마다 익숙한 선택지만 살피다 난데없이 이민 길에 오른 부부는 새로운 곳에서 ‘중국인 부부’로 오인받으며 질서에 편입되지 못한다. 방직공장을 운영하던 ‘윌슨’이 사고로 잃어버린 왼손의 감각을 다시 느끼게 되는 「윌슨과 그의 떠다니는 손」은 자신의 위치를 회복하고 싶은 인간의 처절한 욕구를 파헤치고, 「책무덤」에서는 그토록 바라던 아버지의 애정을 끝내 얻지 못한 아들이 아버지의 세상을 닫는다. 관계 속에서 인정받으려는 이들에게 견고한 일상은 가장 쉽게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자 가장 유지하기 어려운 삶의 조건이다.
어긋난 일상의 퍼즐을 과감히 뒤엎을 때,
잃어버린 길 위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새로운 지표
답답한 현실에 갇힌 이들의 불안한 시선은 다행히 바깥을 향해 나간다. 관습과 루틴을 따르던 인물들이 일련의 사건 앞에서 보여주는 동요는 희미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기폭제다. 「메켈 정비공의 부탁」의 ‘너’는 기억 의뢰인의 주문대로 휴가를 보내는 동안 ‘너’를 의뢰인이라 해야 할지 제 자신이라 해야 할지 모를 의문에 이르고, 그간 의뢰인에게 이식해 준 기억들을 다시 찾아보기 시작한다. 오랜 세월 나이듦을 회피해 오다 결국 아무것도 극복하지 못했음을 깨닫는 여자(「목요일 사교클럽」)와 길을 헤매다 연인과의 관계도 방향을 잃었음을 감지하는 남녀(「한남동에는 점집이 많다」)도 새로운 선택지 앞에 서 있는 우리를 비춰준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이 세계가 실은 무수히 많은 균열의 감각을 외면하는 힘으로 지탱되는 세계라는 생각. 그 외면의 힘으로 얻은 일상의 무사함은 과연 무사함일까(소설가 김선재).” 나푸름은 그의 소설에서 불안을 회피한 채 유지되는 일상에 새로운 풍경을 열어 놓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소설에서 불안을 직시하기로 결정한 인물들의 의외로 담담한 시선과, 이들을 일상의 균열된 틈 위로 끌어올리며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위로가 된다. 그리고 선택과 변화에 필요한 것은 약간의 용기라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 나푸름 소설이 뜻대로 되지 않는 ‘하루하루’의 불안과 회피, 의심의 순간들을 불러내어 그러안음으로써 우리는 두 발을 지탱하고 있는 거점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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